2020년 9월 6일 일요일

Column_은기환_20.07.03


- 취향을 파는 회사들

* 인터넷, SNS가 정보의 유통 속도를 빛에 가깝게 만들고 있는 요즘에도 돈을 버는 언론사가 전세계에 딱 두개 있습니다. Financial Times Economist입니다.

* 이들이 돈을 버는 이유는 충성 구독자가 많기 때문인데, 구독자들은 뉴스가 정확해서, 돈 되는 기사가 많아서 구독하는 것이 아닙니다. FTEconomist의 논조인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과 자본주의에 대한 낙관을 사는 것입니다.

* 달리 말하면 두 언론사는 팩트가 아닌 취향을 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취향 산업은 근래 급성장 중입니다. 한 기자분이 대화 중에 JTBC를 좌파 산업주의로 정의한 것이 기억납니다. 현대의 좌파는 자본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쇼윈도 한 칸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환경운동가는 테슬라를 산다

* 실제로 요즘의 환경 운동은 헐벗는 것이 아니라 테슬라의 1 3,000만원짜리 모델S를 사는 것입니다. 테슬라의 브랜드 가치는 다른 비싼 자동차와 달리 부에 기반하지 않습니다. 허세에 기반합니다. 유아인이 괜히 모델X 타는거 아닙니다.

* 돈을 자랑하는 것과 의식을 자랑하는 것 중 확실히 없어 보이는 쪽은 전자입니다. 물론 둘 다 돈이 많을 때 얘기지만 지금처럼 돈이 흔한 시대에 돈은 티가 안납니다.

- 내 이름은 은기환

* 여의도에 이를 진작에 꿰뚫은 매니저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은기환입니다. 은기환은 1) 남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2) 오를 주식보다 내가 좋아하는 주식을 삽니다. 3) 그 주식이 오르지 않아도 행복합니다. 그리고 한달에 한번 점심을 먹을 때마다 얘기합니다. “형 이런 주식이 돼야 해요

*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은기환의 운용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돈을 맡긴 투자자들에게 취향을 선물하기 위한 것입니다. 다행히 은기환의 취향은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어서 그가 찍은 주식들은 급등 중이기도 합니다.

* 어차피 기계보다 운용을 잘 할 수는 없습니다. 운용업의 미래는 주식을 잘 블렌딩해서 향이 고급스런 펀드를 만드는 바리스타와 같은 것일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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