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6일 일요일

Column_배터리와 전기차의 역사_20.06.26


- 에디슨이 포드를 만났을 때 -

* 18968월 에디슨조명회사 임원회의 폐막식에서 토마스 에디슨은 자회사 디트로이트에디슨의 33살짜리 수석 엔지니어 헨리 포드를 자신의 옆으로 불렀습니다. 에디슨은 그날 배터리와 차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는데, 포드의 아이디어인 휘발유와 내연기관이라는 것에 인생을 걸어보라고 책상을 내리치며 얘기했습니다.

* 포드는 세상에서 전기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자신의 휘발유와 내연기관 아이디어를 인정했다며 마음속에 찜찜했던 의구심을 말끔히 없애고 내연기관 자동차에 올인했습니다. 에디슨에게 인정 받은 남자는 20년 뒤에 전세계 자동차의 절반을 팝니다.

* 에디슨은 포드가 만든 시끄럽고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자동차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는 전기의 왕답게 자동차도 전기차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용 배터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4년뒤 E형 배터리를 만들었지만 누전이 심했습니다. 그로부터 6년 뒤에는 A형 배터리를 만들었는데, 7시간 충전하면 95킬로를 갈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이미 포드의 T가 도로를 점령했을 때였습니다.

- 캘리포니아에서 전기차가 발명된 이유 -

* 캘리포니아의 바다는 차갑고 높은 산맥을 옆에 두고 있어서 지표의 공기 온도가 상층의 공기 온도보다 낮습니다. 이러면 공기가 위로 올라가지 않게 돼 사람들은 지표면에서 발생한 오염 물질을 들이마시게 됩니다. 1954LA 시민들은 환경오염을 규탄하는 시위에 나섰고 연방정부와 다른 규제를 적용할 수 있는 권한을 따냈습니다. 얼마전 트럼프가 다시 빼앗겠다고 한 그 권한의 역사는 꽤나 깁니다.

* 그로부터 50년 뒤인 2003년 캘리포니아에는 전기차광들이 모여있었습니다. 그 중엔 GM에서 전기 슈퍼카를 만들던 알 코코니도 있었습니다. 코코니는 거기서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스페이스엑스라는 회사를 세운 엘론 머스크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에게 리튬 이온 배터리 라이선스를 팔았습니다. 7년 뒤인 2010년 머스크는 테슬라라는 자동차 회사를 IPO하는데, 1946년 포드가 IPO한 이후 64년 만에 자동차 기업 IPO였습니다.

- 결국은 배터리 문제

* 전기차가 제대로 굴러가기까지 100년이 넘게 걸린 이유는 결국 배터리였습니다. 21세기의 석유가 돼 가고 있는 배터리에 대해 UN은 지난주 배터리 제작에 필요한 소재들이 콩고, 칠레, 페루, 터키 등에 집중돼 있어서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 앞으로 이 나라들이 지금의 산유국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고 광산 회사들이 오일 메이저가 되지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원자재에 대한 개념은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Column_클러스터_20.06.19


- 집적의 힘 -

* 어떤 문제에 골몰해 있을 때 혼자는 답을 내지 못하다가도 동료와 아무 관련이 없는 대화를 나누다가 불현듯 답을 찾아낼 때가 있습니다. 이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경험을 하고 싶은 혁신 분야의 창업가들은 실리콘 밸리에 들어가고 싶어합니다.

* 꼭 실리콘 밸리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합니다. 더 많은 사람, 기업이 모이면 그 지역은 단순히 기업의 집합을 넘어서 유기체가 되는데, 이 군집을 클러스터라고 부릅니다. 클러스터는 기업, 사람, 자본을 빨아들이고 반대편으로 에너지를 토해냅니다. 에너지가 강할수록 공간도 확장되고 돈도 많아집니다.

- 부동산가격이 말해주는 집적의 에너지 -

* 어느 클러스터의 에너지가 강한지는 여러 경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대책에서 확인될 때가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대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인천, 대전, 청주가 새 조정 대상 지역으로 묶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세 도시는 모두 바이오와 관련이 있습니다.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이 그 오송입니다.

* 그 지역의 집 값은 클러스터에 들어가기 위한 입장료로도 볼 수 있습니다. 집 값이 올랐다는 건 이제 공간적 확장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처음에 계획한 공간이 다 찼다는 건 그 산업이 비상을 위한 준비 작업을 끝마쳤다는 의미도 됩니다.

- 부동산과 주식은 동행

* 돌이켜 보면 창업이든,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결국 같이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국토교통부는 201796일에 판교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는데, 이때부터 KOSPI2,326p에서 2,133p로 떨어졌지만 네이버, 카카오, 엔씨는 각각 68%, 110%, 100% 올랐습니다.

* 일산, 파주는 아직도 투기과열지구가 되지 못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갑자기 책을 많이 읽으면 파주의 출판 클러스터가 흥하면서 투기과열지구가 될지도 모릅니다.

Column_학습곡선_20.06.12


- 슈퍼스톡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

* 지금 주식시장 강세를 저금리가 만든 버블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굳이 반대하진 않지만 생각해 봐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기업과 투자자들의 러닝 커브입니다.

* 켄 피셔는 저서 슈퍼 스톡스에서 급등주를 놓치는 경우를 묘사했습니다. 기업들은 한번 실패를 경험하면 실수를 줄여나가면서 실력을 쌓습니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실수를 실력으로 착각하고 이익의 급증을 행운으로 경시하게 되면 슈퍼 스톡을 놓치게 됩니다.

* 실례로 수주 기업들의 원가율은 비슷한 수주가 반복될 때 하락하는데, 엔지니어들이 경험을 쌓으면서 실수를 줄여가기 때문입니다. 견습생이 숙련공이 될 때 기업의 이익은 급증합니다.

- 투자의 러닝커브

* 투자도 러닝커브가 있습니다. 엘론 머스크가 태양광 충전소와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시장의 반응은 냉소적이었습니다. 테슬라는 지금의 주가가 되기까지 몇 번은 망한다 소리를 들었습니다.

* 이번주 초 수소 트럭을 만들 계획이 있는 Nikola가 상장했습니다. 테슬라의 성공을 본 투자자들은 이번에는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마침 이름도 니콜라여서 테슬라를 떠올렸고 매수에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니콜라는 사흘 동안 130% 올랐습니다.

- 복제되는 전략 -

* 삼성전자가 세계 1위 메모리 기업이 될 때 취한 전략은 단순했습니다. 1) Capa를 최대한 늘려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2) 소재 부품 국산화로 원가율을 낮췄습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략도 같습니다. 일단은 Capa를 늘리는 중입니다. 다음 단계는 아마도 소재 부품 국산화일 확률이 높습니다. 삼성은 이 과정에서 조금의 실수도 하기 싫은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의 인력들을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전환배치하고 있습니다. 지금 삼바는 1989년의 삼성전자입니다.

* 지금도 대다수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사고 있다면 우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사기 시작했다면 우리는 바이오 소재 부품 국산화 주식을 찾아봐야 합니다.

Column_Music Cow_20.06.05


- 음원저작권도 거래가 되나요

* 웹서핑 중에 Music Cow라는 회사를 알게 됐습니다. 음원 저작권을 거래하는 플랫폼입니다. 작곡가가 음원을 내놓으면 투자자들이 입찰해서 낙찰 받는 방식으로 거래됩니다. 작곡가와 투자자가 지분을 공유하고 공연, 스트리밍, 방송 등에서 음원 수입이 발생하면 수입도 나눕니다.

* 이 사업 모델이 창작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어필하는 이유는 음원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바꿔 모두에게 이익을 돌려주기 때문입니다.

- 탑골가요, 슈가맨이 바꾼 사업모델

* 얼마 전까지 음원, 영화 같은 지적재산권 수입은 대부분 6개월 안에 발생했습니다. 음원이 TOP 100에서 밀리고 영화가 극장에서 내려가면 창작물의 지재권은 유휴자산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 그런데 요즘 뒤늦게 수입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탑골가요, 슈가맨이 옛날 노래들을 세상에 불러냅니다. 그러면 실질적으로는 상각된 자산에서 다시 돈이 벌립니다.

* 창작자들의 입장에선 이미 충분히 빼먹을 만큼 빼먹은 음원의 일부 지분(?)을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건 추가 수입이어서 팔지 않을 이유가 없고 투자자들의 입장에선 이 노래가 뜰지 안뜰지 예측하는 건 한번 해볼 만 베팅입니다. 코인도 했고, 주식도 했는데, 노래라고 못 할 이유는 없습니다.

- 무형자산의 유동화

* 이 일련의 작업들은 디지털 자산을 유동화해서 현금흐름만 살짝 바꿔 놓은 것인데, 이런 증권화를 거치면 투기가 생기기 좋습니다. 모기지 대출을 MBS로 만들고 CMO로 씌워서 CDS로 거래를 했더니 대단한 버블이 일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 풀린 돈은 많고 디지털 자산에 버블이 잘 일어나는 세상입니다. 코인도 올랐는데, 음원이라고 못 오를 이유는 없습니다. 디지털 자산 중에 또 유동화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Column_홍콩보안법과 중경삼림_20.05.29


2020529

- 중경삼림에 그려진 홍콩 반환

* 왕가위 감독의 1995년 영화 중경삼림은 홍콩 반환을 2년 앞두고 있는 홍콩 사람들의 불안을 잘 보여줍니다.

* 영화에서 금성무는 만우절에 실연을 당합니다. 하지만 헤어지자는 말이 거짓말이었을 거라고 믿으며 자신의 생일인 5 1일이 유통기한인 파인애플 통조림들을 사 모읍니다. 거짓말한 거라면 자신의 생일엔 돌아올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통조림을 30개 사모아도 옛 연인이 돌아오지 않자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만년으로 하고 싶다고 읊조립니다.

* 마약상을 연기하는 임청하는 레인코트를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습니다. 날이 맑을지, 비가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데, 마약 밀매가 꼬이자 일을 꼬이게 만든 영국인으로 보이는 남자를 권총으로 쏴 죽입니다.

* 30년 전엔 더 잘생겼던 양조위는 연인이 떠나며 남긴 편지를 읽지 않습니다. 그리고 혼자 사는 아파트에서 물건들과 얘기합니다. 대화의 내용은 모두 혼자 잘 살아야 한다는 스스로의 다짐입니다. 이런 양조위를 돕다 좋아하게 되는 왕정문은 1년 뒤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휴지에 써서 줍니다.

- 일국양제, 휴지쪼가리 같은 약속

* 금성무와 양조위는 영국이 떠나고 혼자 남게 되는 홍콩을 연기하고 일국양제라는 약속은 휴지로 상징됩니다. 이렇게 홍콩인들에게 영국은 언제간 떠날 줄 알고 있던 연인과도 같았습니다. 홍콩인들 중에는 연인을 찾아 영국, 미국, 캐나다, 싱가폴로 떠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아무 대책 없이 홍콩에 남았습니다.

* 홍콩 보안법에 대해 미국이 보복하겠다는 건 참 웃픕니다. 전 여친은 모른척하고 있는데, 전 여친의 현 남친이 보호해주겠다는 말에 얼마나 진심이 담겨 있을지는 속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뻔합니다. 홍콩은 2046년 중국과 강제 결혼이 예정돼 있습니다. 그때까지 중국이 영국만큼 멋있어져야 홍콩은 슬프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