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화를 기다리며 -
* 주가지수의 바닥을 가늠하는 방법으로 9시부터 3시까지 전화가 몇 번 오는지 세보는 걸 좋아합니다. 하루에 15번 전화가 오면 바닥이 확실하고, 이때 꼭 두 명이 전화를 해야 합니다. 이들이 2시 40분 넘어서 전화하면 바닥입니다.
* 코스피가 힘없이 2,900을
깨는 날 전화는 딱 한통 왔습니다. 이렇게 시장에서 잊혀지나 씁쓸한 웃음을 지은 다음날 코스피는 빠진
만큼 올랐고 전화통엔 불이 났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들이
현금이 많다는 걸.
- 낙엽을 줍는 자 –
* 남들이 좋아하는 건 무조건 싫어하는 H는 급락한 날 밤 10시에 전화를 했는데, 벌써 기분이 좋았습니다. 오미크론 말고 빠진 이유를 도저히 생각
못하겠다고 했지만 H는 나쁜 걸 말할 때까지 전화를 끊지 않을 기세였습니다.
* 그는 1) 미국 연말
소비도 안좋았고 2) 인플레도 통제 불능이고 3) 유가도
폭등할 수 있는데 어떻게 좋을 수 있냐며 동의를 강요했습니다. H에게 물었습니다. “현금 많아?” 통화는 거기까지였습니다.
- 800을 이긴 자 -
* 작년에 1,000을
이기고 올해에도 800을 이긴 K는 급등한 날 저녁 “시장 색깔이 바뀌는거에요?”를 세 번 물었습니다. 올해 종목을 기가 막히게 맞힌 K는 70년대에 태어났지만 2000년대생처럼 주식을 해서 그런지 목소리에
순수함이 묻어났습니다.
* “괜찮아요 내년에도 종목장일거에요”를 세번 얘기하자 K는 까먹은 100이
너무 아깝다며 “붙일까”를 혼자 세번 되뇌었습니다. 하지만 K는 붙이지 않을 것이고,
붙여도 잘 붙지 않는다는 걸 둘 다 알고 있습니다.
- 빈집을 노리는 자 –
* 신임 본부장 J는 주로
시클리컬이 급등한 날 전화를 합니다. 태생적으로 시클리컬이 오르면 힘들 수밖에 없는 J는 그럴 때마다 빈집털이에 동참해야 할지를 묻습니다.
* 빈집을 턴다는 건 도둑질이고 J는
품성이 곧기 때문에 이번에도 시클리컬을 사지 않을 겁니다. 빈집털이 잘 하는 사람치고 착한 사람을 못
봤습니다.
- 풀로 헤지한 자 -
* 사람들은 현금이 꽤 있고 들고 있는 패도 비슷하지 않습니다. 빈집을 굳이 털지 않는건 수익률이 그닥 쫄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 변동성을 1도 견디지
못하는 C는 그제까지 풀 헤지를 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가
모든 포지션을 노출시킬 때, 그때부터 주식시장은 빠질 겁니다. 아직은
아닙니다.
좋은 주말 되십시오
칼럼란에 올려진 글들을 읽는데 시간가는줄 몰랐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답글삭제위원님 이것은 소설인가요 실화인가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인가요 ㅋㅋ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