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6일 일요일

Column_Stay at home economy 2_20.07.24



 - 미국도 리모델링 붐

* 이전 레터에서 코로나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인테리어에 돈을 많이 쓰게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 실제로 미국 주택협회에서 발표하는 리모델링지수는 1분기 48에서 2분기 73으로 급등했습니다. 리모델링 계획지수는 62에서 83까지 올랐습니다. 앞으로 미국은 리모델링을 정말 많이 할 건가 봅니다.

* 이 모든게 전부 코로나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 미국의 자가 점유율은 2016663%에서 2020668%로 올랐습니다. 미국의 30~40대 자가 점유율이 높아진 덕입니다. 2006년에 69%였으니 사상최고치에 거의 근접했습니다.

- 집의 미래는 다양성

* 우리나라도 요즘 집으로 말이 많아서 홍대 건축과 유현준 교수 인터뷰를 찾아봤습니다. 이분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집 값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모든 집이 똑같이 생겨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나마 다른건 가격밖에 없으니 가격 말고 다른 얘긴 할게 없다는 겁니다. 언제 지어졌고 몇 평인지만 알면 누구나 평면도를 그릴 수 있습니다.

* 그래도 사람이 너무 그러면 없어 보이는지라 거주공간의 다양성에 대한 요구는 커지고 있고, 이걸 빨리 캐치한 방송국 PD들은 집을 구해주는 방송, 집을 꾸미는 방송, 집을 치우는 방송, 남의 집에 사는 방송, 집을 끌고 다니는 방송을 만들고 있습니다. 중요한건 똑같이 생긴 집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 집의 기능을 아웃소싱하다

* 유현준 교수는 거주 형태가 단독주택에 4인가구가 사는 것에서 아파트에 1인가구가 사는 것으로 바뀌면서 단독의 기능이 아웃소싱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당은 공원이, 거실은 커피숍이, 주방은 편의점이, 다용도실은 크린토피아가 기능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집을 고를 때에는 공원-커피숍-편의점-빨래방이 5분거리에 있는지 확인해야겠습니다.

* 앞으로 주택시장이 좋다고 할 때 집의 껍데기를 만들어 파는 회사의 주식을 사는건 좋은 아이디어가 아닐 수 있습니다. TV 만드는 회사, 인테리어 소품 회사, 편의점 회사를 사는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Column_양자컴퓨터_20.07.17


- 인텔의 7나노 공정연기가 가져온 나비효과

* 인텔의 7나노 공정 연기가 흔든 주식시장이었습니다. 문과라 잘 몰라서 과학 유튜브들을 찾다 보니 세 가지에 놀랐는데, 1) 우리나라에 과학 유튜버가 이렇게나 많고 2) 어지간한 과학 유튜브 구독자수가 20만명이 넘고 3) 도대체 이걸 누가 보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 알아들은 내용만 정리하면 처음 실리콘에 반도체 회로를 새길 때부터 3나노 미만 공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40년 전부터 생각했답니다. 우주에서 가장 작은 수소 원자의 크기가 0.025나노미터이고 규소의 원자 크기는 0.1나노미터 이상이어서 공정이 계속 미세해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시에는 그런 일이 아주 아주 먼 미래에 생길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자고 했던 것인데,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그 순간은 빨리 다가왔습니다.

- 40년 전에 이미 준비된 해결책

* 40년 전 그런 걱정 같지 않은 걱정을 시작했을 때 이미 해결책도 준비돼 있었습니다. 영국의 컴퓨터 학자 리처드 도이치는 컴퓨터를 빠르게 만드는 데에만 매몰되지 말고 제대로 만든 것인지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는데, 그의 말처럼 연산 방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바꿀 방법으로 양자 컴퓨터가 연구되고 있습니다.

* 계산 속도가 빠른 컴퓨터를 슈퍼 컴퓨터라고 하는데, 일반 컴퓨터를 병렬로 연결한 구조입니다. 한 명이 계산할 걸 여러 명이 나눠 계산하는 원리로 지금도 이 슈퍼 컴퓨터를 만드는데 경쟁이 붙어서 미국 -> 중국 -> 일본 -> 미국 -> 미국 -> 중국 -> 중국 -> 미국 순으로 가장 빠른 슈퍼 컴퓨터를 만들었습니다.

- 가열되는 양자 컴퓨팅 시장

* 다른 한편에서는 양자 컴퓨터를 만들었다는 주장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양자 컴퓨터의 속도가 슈퍼 컴퓨터를 넘어서는 것을 양자 우위라고 하는데 양자 우위를 가장 먼저 지른 회사는 캐나다의 D Wave Systems였습니다. 이 회사는 몇 번이나 새 컴퓨터를 보여주며 양자 우위를 달성했다고 하긴 했는데, 아직까지 증명은 못했습니다. 구글에 D Wave Systems를 쳐보면 이 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수십가지 나옵니다.

* 사기냐 아니냐로 싸우던 중 20191024일 영국 네이처지에 논문이 한편 올라왔습니다. 구글이 개발한 양자 컴퓨터 시카모어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구글은 논문에서 현존 최고의 슈퍼 컴퓨터가 1만년 이상 걸리는 연산을 시카모어가 200초만에 풀어냈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구글이 보도자료가 아닌 네이처에 논문을 통해 발표했다는 점입니다. 저명한 물리학자, 컴퓨터 과학자의 검증을 통과했다는 뜻입니다. 구글의 CEO 피차이는 우주의 가장자리에 가는 첫번째 로켓을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 인텔이 7나노에 실패하자 TSMC가 상한가를 치고 대만 주식시장은 역사적 신고가를 기록하고 삼성전자는 메모리 회사에서 파운드리 회사가 됐습니다. 파운드리에 스치기만 해도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데 잠시 돌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혹시 인텔뿐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지, 혹시 양자 컴퓨터의 상용화 쪽으로 리소스가 집중되지는 않을지, 그렇다면 판이 크게 뒤집힐 때를 뭘로 대비해야 할지 등입니다.

Column_미안해 널 미워해_20.07.10


- What the health –

* 넷플릭스에서 발견한 B급 다큐멘터리가 하나 있습니다. 제목은 “what the health”입니다.

* 가족력으로 당뇨병이 있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당뇨의 원인을 파헤치는 얘기입니다. 그는 원인이 햄과 소시지 같은 포장 가공육에 있고 가족력은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식습관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 “뭐 그런건가하는 생각이 들 때쯤 다큐멘터리는 급격히 화제를 돌립니다. FDA(미국식품의약국)는 이런 포장식품의 위험성을 경고하지 않는지를 파고 듭니다. 감독은 그 이유가 FDA 후원 기업들에 있다면서 FDA의 주요 후원사들이 포장식품 회사라고 폭로(?)합니다.

- 테슬라 Sell이 많은 이유

* 이 지점에서 평소 갖고 있던 의문이 하나 풀렸습니다. 예전부터 테슬라를 커버하는 애널리스트들이 Sell로 커버하는 것을 보면서 저럴거면 뭐하러 커버하나생각했었는데,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아직 내연기관차인데 게임 체인저가 될지도 모르는 전기차를 좋다고 말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 테슬라 주가는 7 1일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는데, 이날은 테슬라의 시총이 도요타를 넘어선 날입니다. 71일은 테슬라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첫날이었습니다.

- 비주류가 주류가 될 때 -

* 다큐멘터리의 주장처럼 포장 가공육이 미국 성인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당뇨병의 원인이라면, 그리고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는 이유가 포장식품 기업들 때문이라면 가공육을 대체하는 기업들은 더 잘 봐야 합니다. 이들의 시총이 역전되는 순간은 비주류가 주류가 되는 순간이고 그때부터 주가는 급등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Column_은기환_20.07.03


- 취향을 파는 회사들

* 인터넷, SNS가 정보의 유통 속도를 빛에 가깝게 만들고 있는 요즘에도 돈을 버는 언론사가 전세계에 딱 두개 있습니다. Financial Times Economist입니다.

* 이들이 돈을 버는 이유는 충성 구독자가 많기 때문인데, 구독자들은 뉴스가 정확해서, 돈 되는 기사가 많아서 구독하는 것이 아닙니다. FTEconomist의 논조인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과 자본주의에 대한 낙관을 사는 것입니다.

* 달리 말하면 두 언론사는 팩트가 아닌 취향을 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취향 산업은 근래 급성장 중입니다. 한 기자분이 대화 중에 JTBC를 좌파 산업주의로 정의한 것이 기억납니다. 현대의 좌파는 자본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쇼윈도 한 칸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환경운동가는 테슬라를 산다

* 실제로 요즘의 환경 운동은 헐벗는 것이 아니라 테슬라의 1 3,000만원짜리 모델S를 사는 것입니다. 테슬라의 브랜드 가치는 다른 비싼 자동차와 달리 부에 기반하지 않습니다. 허세에 기반합니다. 유아인이 괜히 모델X 타는거 아닙니다.

* 돈을 자랑하는 것과 의식을 자랑하는 것 중 확실히 없어 보이는 쪽은 전자입니다. 물론 둘 다 돈이 많을 때 얘기지만 지금처럼 돈이 흔한 시대에 돈은 티가 안납니다.

- 내 이름은 은기환

* 여의도에 이를 진작에 꿰뚫은 매니저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은기환입니다. 은기환은 1) 남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2) 오를 주식보다 내가 좋아하는 주식을 삽니다. 3) 그 주식이 오르지 않아도 행복합니다. 그리고 한달에 한번 점심을 먹을 때마다 얘기합니다. “형 이런 주식이 돼야 해요

*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은기환의 운용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돈을 맡긴 투자자들에게 취향을 선물하기 위한 것입니다. 다행히 은기환의 취향은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어서 그가 찍은 주식들은 급등 중이기도 합니다.

* 어차피 기계보다 운용을 잘 할 수는 없습니다. 운용업의 미래는 주식을 잘 블렌딩해서 향이 고급스런 펀드를 만드는 바리스타와 같은 것일 지도 모릅니다.

Column_배터리와 전기차의 역사_20.06.26


- 에디슨이 포드를 만났을 때 -

* 18968월 에디슨조명회사 임원회의 폐막식에서 토마스 에디슨은 자회사 디트로이트에디슨의 33살짜리 수석 엔지니어 헨리 포드를 자신의 옆으로 불렀습니다. 에디슨은 그날 배터리와 차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는데, 포드의 아이디어인 휘발유와 내연기관이라는 것에 인생을 걸어보라고 책상을 내리치며 얘기했습니다.

* 포드는 세상에서 전기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자신의 휘발유와 내연기관 아이디어를 인정했다며 마음속에 찜찜했던 의구심을 말끔히 없애고 내연기관 자동차에 올인했습니다. 에디슨에게 인정 받은 남자는 20년 뒤에 전세계 자동차의 절반을 팝니다.

* 에디슨은 포드가 만든 시끄럽고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자동차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는 전기의 왕답게 자동차도 전기차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용 배터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4년뒤 E형 배터리를 만들었지만 누전이 심했습니다. 그로부터 6년 뒤에는 A형 배터리를 만들었는데, 7시간 충전하면 95킬로를 갈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이미 포드의 T가 도로를 점령했을 때였습니다.

- 캘리포니아에서 전기차가 발명된 이유 -

* 캘리포니아의 바다는 차갑고 높은 산맥을 옆에 두고 있어서 지표의 공기 온도가 상층의 공기 온도보다 낮습니다. 이러면 공기가 위로 올라가지 않게 돼 사람들은 지표면에서 발생한 오염 물질을 들이마시게 됩니다. 1954LA 시민들은 환경오염을 규탄하는 시위에 나섰고 연방정부와 다른 규제를 적용할 수 있는 권한을 따냈습니다. 얼마전 트럼프가 다시 빼앗겠다고 한 그 권한의 역사는 꽤나 깁니다.

* 그로부터 50년 뒤인 2003년 캘리포니아에는 전기차광들이 모여있었습니다. 그 중엔 GM에서 전기 슈퍼카를 만들던 알 코코니도 있었습니다. 코코니는 거기서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스페이스엑스라는 회사를 세운 엘론 머스크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에게 리튬 이온 배터리 라이선스를 팔았습니다. 7년 뒤인 2010년 머스크는 테슬라라는 자동차 회사를 IPO하는데, 1946년 포드가 IPO한 이후 64년 만에 자동차 기업 IPO였습니다.

- 결국은 배터리 문제

* 전기차가 제대로 굴러가기까지 100년이 넘게 걸린 이유는 결국 배터리였습니다. 21세기의 석유가 돼 가고 있는 배터리에 대해 UN은 지난주 배터리 제작에 필요한 소재들이 콩고, 칠레, 페루, 터키 등에 집중돼 있어서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 앞으로 이 나라들이 지금의 산유국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고 광산 회사들이 오일 메이저가 되지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원자재에 대한 개념은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는 중입니다.